영화 헤어질 결심: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 인정받고 싶어하는 남자
2022. 7.11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매 순간 사로잡았다. 136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크게는 3파트 정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1: 중국인 아내, 그리고 낙사로 죽은 그녀의 남편, 그 사건을 파헤치려는 경찰
영화의 첫 장면은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양 시작한다. 의문의 남자가 떨어져 죽었다는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관객은 경찰이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나보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는다. 전형적인 메인 경찰과 사이드킥 경찰이 각각의 역할을 통해 범인을 잡는 전개. 가장 의심스러운 측근으로 묘사되는 중국인 아내의 모습에 관객은 범인임을 기정사실로 한다.
재밌게도 이 영화의 주제는 사건·사고의 해결이 아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 그대로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다만 그 대상이 시시각각 바뀐다. 남녀, 부모, 직장동료 등 크고 작은 헤어짐이 영화에서 묘사된다.
당연히 가장 큰 테마는 남녀의 헤어짐이다. 그 시작은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최연소 경감이 된 박해일은 유능한 인재다. 그의 아내 역시 좋은 직장을 가진 커리어우먼으로 묘사된다. 호화로운 집에서 식사하는 두 부부가 나타난다. 이 장면에서 아내는 초밥을 먹지 왜 집밥을 주냐는 이야기를 하자 남자는 초밥이 변변치 않다며 집밥이 더 낫다고 말한다. 다음에 박해일은 중국인 아내인 탕웨이를 피의자로 조사한다. 수사를 진행하며 두 남녀의 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저녁 식사로 아까 말한 초밥을 대접한다. 식사 후에 양치를 권유하는 그. 이런 지나친 친절은 카메라 구도와 음악을 통해 의미심장하게 나타난다. 관객들에게 저래도 될까 하는 생각을 심게 하는 의도. 화장실로 양치를 하러 간 탕웨이가 다시 수사실에 들어가기 전 손과 목에 향수를 뿌리는 행동 역시 관객들에게 둘 사이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평가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미모에 한눈에 반한 박해일. 박해일은 탕웨이를 잠복 수사라는 명분으로 일거수일투족 감시한다. 그런 그를 눈치챈 탕웨이. 후에 나오지만, 탕웨이는 자기 자신이 괜찮은 남자에게 보호받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했다. 한편 박해일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시하며 음성메모를 남긴다. 객관적 사실 보다는 주관적인 감정이 낀 음성메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매일 저녁으로 식사 대신 아이스크림만 먹고 담배를 태운다. 식후 담배는 좋지 않다는 메모는 남자의 사랑을 은연중에 나타낸다.
수사를 명분으로 자주 만나게 되는 두 사람. 심지어 자기 집으로 직접 초대해 저녁 식사를 만들어주는 박해일. 박해일의 집에는 중국어 회화를 공부한 흔적과 잠복 수사 중 그녀를 찍은 사진이 있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탕웨이는 남자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 사람인 그녀에게 중국식 볶음밥을 해주는 박해일. 그런 그의 노력에 설레하며 감사히 먹는 탕웨이. 자기와 다른 세계관을 산 괜찮은 남자가 어선에 감금되고 쫓기는 신세를 산 그녀의 세계관에 스며든 것이다. 남자의 사랑이 부족했던 탕웨이의 세계관과 줄곧 인정받으며, 육체적 사랑만을 나눈 박해일의 세계관이 대조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추후 사건은 남자의 자살로 판결된다. 박해일의 사이드킥 경찰이었던 고경표는 이에 분노한다. 분명 무언가 있는데, 탕웨이에게 빠져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박해일의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는 그는 한낮 여자 때문에 수사를 그르친 자가 아니다. 사건 종료 회식 술자리에서 그러한 분노를 표출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남자의 대목은 박해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중간에 박해일이 쫓는 살인 사건 용의자는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나쁜 남자와 잤다는 이유로 그 남자를 살해한다. 벼랑 끝에 몰린 용의자는 공허했던 자기 삶에서 자신을 채워준 여자였기에 그 남자를 살해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에 박해일은 공감을 표현한다. 자신의 처지에서도 탕웨이가 변변치 않은 산악인 남자에게 폭행당함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같이 생활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간이 연속적이고, 빈틈없이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원한다는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감옥에서의 한 달,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서 만날 수 있는 남자였던 죽은 산악인 남편은 여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해당 용의자는 잡히기 전 자신을 인정해준 여자에게 말을 전해달라며 박해일에게 부탁한다. 이에 영화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된다. 특히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여자가 영화 초반에 박해일에게 정보를 전달해준 사실은 모른 채 남자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자살한다. 자살하며 옥상에서 떨어진 남자를 부둥켜안은 여자. 기대와는 다르게 여자는 울음보다는 미묘한 눈빛으로 옥상에 있는 박해일을 쳐다본다. 감옥에서의 한 달을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난 그 여자에게 남자를 애도하는듯한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반해 탕웨이는 꼿꼿한, 지조 있는 여자로 묘사된다. 적어도 박해일에게는 그렇게 해석된다. 실제로 박해일이 영화에서 그녀를 좋아한 이유를 말하는 대목에서 꼿꼿한 모습이라고 했다. 물론 정신을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 박해일은 거짓 알리바이를 남겨서까지 어머니의 말을 들은 탕웨이의 모습,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극단적으로 내몰자 최후의 방법으로 남편을 살해한 탕웨이의 모습을 모두 이해, 인정한 것이다. 남자의 사랑 방식은 이해와 인정이었다. 그런 이해와 인정을 현실적 여건과 감정 때문에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에게는 사랑의 감정보다는 경찰의 지위,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과 인정이 더 중요했다. 실제로 탕웨이가 범인으로 밝혀지자, 그는 중의적인 말을 그녀에게 한다. 문장은 길었지만, 핵심은 두 가지였다. 자신이 붕괴되었다는 것. 범인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핸드폰을 바다 깊숙이 버리라는 것. 남자의 의도는 자신이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 바다 깊숙이 핸드폰을 버리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전달 방식이 탕웨이에게 당시에는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그녀는 그가 떠난 후에야 붕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러한 직역은 자신에 대한 걱정과 이해를 오역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다. 서로에 대한 걱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파트2: 머리 한 구석에 존재하는 서로를 그리워 하는 두 사람
파트2는 파트1과 파트3의 설정을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파트2에서는 종결된 사건 이후의 박해일과 탕웨이의 생활을 보여준다. 같이 있을 때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표정을 짓고,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두 남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박해일은 다시 불면에 시달리게 된다. 아내와의 관계도 온전하지 않다. 박해일을 챙겨주는 아내, 이정현은 물질적인, 육체적인 사랑만을 주었기 때문이다. 불면에 시달리는 것을 물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각자의 업으로 인해 소홀해진 부부관계에 정기적인 섹스를 약속한다. 자극적인 신체적인 접촉이 없이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박해일을 걱정하고 불면을 치료해주고자 옆에서 같이 숨소리를 들려주는 탕웨이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탕웨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탕웨이에게 남편의 부재는 사랑의 부재가 아니었다. 폭력이 없어진 탕웨이는 새로운 남편과 결혼한다. 박해일을 잊고자 다른 사랑을 찾은 탕웨이의 모습은 앞선 살인 사건 용의자의 여성과 다소 비슷하다. 하지만 탕웨이는 불현 찾아온 중국인 업자에게 폭력과 협박을 당한다. 다름 아닌 주식 관련 사업을 하는 현 남편의 피해자 인 것이었다. 남편에게 직접적인 폭행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남편으로 인해 폭행당하게 되는 탕웨이. 중국인 업자의 어머니가 주식 피해를 봐 병이 악화하였으며, 오늘내일하신다는 소식이었다. 이내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장례를 치르기 전 남편부터 죽인다는 발언을 한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비싸 보이는 호텔 공간에서, 물질적인 선물을 받은 탕웨이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 손을 올리자, 이내 저항하며 포크로 찌른다.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박해일이 좋아했던 꼿꼿한 면모가 다시 한번 드러난다. 한편 업자가 떠난 뒤 탕웨이는 초췌한 모습으로 이전에 녹음한 박해일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를 그리워한다. 물질적인 사리사욕 보다는 박해일의 애정이 어린 한 마디가 더 큰 사랑으로 느낀 것이다.
파트3: 또 다른 살인 사건, 그리고 남자의 사랑을 해석한 여자와 여자의 인정을 해석한 남자
아내의 직장이 있는 안개 섞인 곳으로 담당이 옮겨진 박해일. 영화에서 정확히 묘사되진 않지만, 인정, 성과 부족으로 담당이 옮겨진 듯하다(실제로 경찰청장이 직접 박해일에게 잔소리하는 모습에서 이를 유추). 평화로운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양 보이지만 박해일의 아내인 이정현은 석류를 깎으며 자신을 사랑하냐고, 행복하냐고 묻는다. 이에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 박해일. 석류가 폐경을 늦춘다는 정보를 하며 은연중에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남자는 이에 시시콜콜하게 반응한다. 여자의 직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우연히 시장에서 박해일 부부와 탕웨이 부부가 마주치게 된다. 미묘하게 흐르는 긴장감. 탕웨이를 본 박해일의 다른 반응이 이정현의 직감에 안 들어왔을 리가 없다. 바로 견제에 들어가는 이정현. 이에 맞받아치는 탕웨이가 아니라 박해일. 박해일이 오히려 탕웨이의 발언을 커버 쳐주자 이에 반응하는 탕웨이의 남편(주식 사업자). 탕웨이의 남편은 그런 이정현에게 자신의 명암을 주며 암묵적 동맹을 요청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박해일과 탕웨이. 더 길어진 탕웨이의 머리를 알아채고, 구두를 신은 박해일의 모습을 알아챈다. 눈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한다.
이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박해일. 살인 사건과 같은 업무가 성과, 인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그는 기쁜 마음으로 살인 사건 현장에 간다. 재밌게도 살인 사건의 대상은 탕웨이의 남편. 이상함을 직감한 박해일은 곧바로 탕웨이를 의심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전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 다만 해당 사건 역시 탕웨이가 범인이라 지목당할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 괴로워하는 박해일. 자신의 성과와 사랑 사이의 갈등이다. 자신이 만만하냐며 소리치는 박해일. 이에 대해 자신이 그렇게 밉냐고 되묻는 탕웨이. 이와 함께 탕웨이는 자기와 같은 사람이 너를 만나려면 이와 같은 방법밖에 없다는 말을 남긴다. 탕웨이를 가슴으로는 사랑하지만, 머리는 그렇지 않은 박해일은 그날 가슴에 따라 탕웨이와 산으로 가 할아버지의 유골을 버린다. 자신이 다른 불법 중국인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한국에 있을 수 있는 이유인 할아버지를 훌훌 털어버린다. 아마 여기서부터 추후 탕웨이가 죽을 것이라는 결말이 암시된 듯하다. 한국에 있기 위해 중국으로 돌려보냈겠다는 협박을 무릅쓰고 산악 남편을 죽인 탕웨이였다. 그런 탕웨이가 미련 없이 산으로 가 박해일에게 유골을 버릴 것을 부탁한다. 유골을 버린 박해일에게 다가가 포옹과 키스를 건네는 탕웨이. 이별의 인사라 볼 수 있다.
한편 파트2의 브릿지 역할을 한 중국 업자가 범인이었고, 중국 업자의 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를 안락사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탕웨이를 찾으러 가는 박해일. 탕웨이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한 박해일의 음성메모가 남편에게 들켜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답한다. 박해일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탕웨이는 과거 박해일에게 말했던 공자님의 말씀. 산보다는 바다가 더 좋다는 이유로 바다로 가서 밀물이 들어올 찰나 땅을 파 그 안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위치 추적이 달린 탕웨이의 전화를 따라 바다로 온 박해일. 그런 그녀를 찾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주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울부짖는 박해일. 노을을 두고 쓸쓸히 바다에 서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탕웨이 역시 박해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사랑 표현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음성메모를 통해 그가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마침내. 그가 버리라고 했던 핸드폰은 버리지 않았고, 다시 그에게 돌려준다. 살인 사건의 키가 될 수 있는 핸드폰을 통해 경찰로서 그가 붕괴되지 않기를 바라는 탕웨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의 유골도 없고, 박해일의 붕괴를 막았다고 생각하여 그녀가 생각하는 바다의 인정으로 돌아간다.
탕웨이의 대사 한 대목 한 대목도 정말 주옥같았다. 수사를 받는 와중에 두 번째 남편도 죽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박해일이 질문한다. 이상하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박해일의 심문. 이에 탕웨이는 여자가 불쌍하다고 대답한다. 이후에 거짓말 탐지기를 진행하며 사람을 죽인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예라고 솔직하게 답변하고, 남편을 죽였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사람이 죽인 적이 있음을 자백하는 탕웨이는 박해일의 붕괴를 막고자 용기를 내었고, 남편을 죽였냐는 질문에 '아니오'를 대답한 그녀는 솔직하고 꼿꼿한 그녀의 정신을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간호사가 될 만큼 꼿꼿한 마음을 가진 중국인 탕웨이는 박해일을 위해 여자의 사랑을 남자의 사랑으로 번역하여 말한다. 마치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할 수 있는 탕웨이와 한국어만 할 수 있는 박해일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어, 여자의 사랑을 말할 수 없는 박해일은 탕웨이도 잃었고, 부인인 이정현도 잃는다. 이정현과의 이별 장면에서 이정현은 폐경을 늦춘다는 석류를 한 보따리 챙기며 떠난다. 이정현을 마주하며 우리 주기적으로 약속했던 육체적 사랑은 이라는 질문을 하는 박해일. 이에 대해 비키라며 거부하는 이정현. 결국 여자의 사랑, 언어를 읽고 듣고 이해하지 못한 남자의 비극적인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난다.
번외로 죽은 주식 남편을 두고 박해일이 수사 올 것을 염두에 둬서 피를 모두 치워두는 탕웨이. 피의 냄새를 싫어하는 박해일을 생각해서였다. 옷까지 버려가며 죽은 남편보다는 박해일을 생각한다. 담배를 태운다고 뭐라고 하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요리를 하는 중에도 자신을 그런 자신을 이해하는 박해일을 더 사랑하게 만든 계기로 언급된다. 탕웨이에게 헤어질 결심은 결국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걱정, 사랑을 보여준 남자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이에 반해 남자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문제는 단순한 것에 단순하지 않고 단순하지 않은 것에 단순하다. 탕웨이가 잠복하는 박해일을 두고 굿모닝이라 인사하는 것에 박해일 역시 똑같이 서에 가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아침 인사를 동료들에게 건넨다. 다만 서로의 마음을 모두 확인한 후에도 어렵게 생각한다. 그 남자가 일구어 놓은 것, 현실에 부딪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가진 것이 없는 탕웨이는 상대적으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다. 물론 사람은 상대적 위치가 서로 다르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잃을 것이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개인의 주관적 견해라 생각한다. 탕웨이가 잃을 것이 없어 보인다고 박해일은 착각했다. 그녀에게는 그녀 나름대로 잃을 것이 많았을 수도 있다. 사실과 느낌을 오해한 결과다. 잃을 것이 없어서 솔직하게 마음이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대범하고, 용기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과 헤어질 결심을 할 만큼 말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바 역시 극적으로 서로 다른 남녀를 넘어 인간 개개인이 모두 각자의 감정에 솔직하고 용기를 갖자는 바람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이 깊은 바다에 파묻혀버리기 전에 말이다.